항구의 사랑

🔖 선배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난 좌절감에 휩싸여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난 이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은 상당히 재치있고 매력적인 아이예요. 정말이에요. 진짜 내 모습을 보면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안 되겠어요. 시간이 필요해요.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줘요. 지금 모습만 보고 나에 대해 판단을 내리면 안 돼요…….”


🔖 왜 누군가를 사랑하면 갑자기 주변 모든 사람들이 위협적일 만큼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나는 울고 싶어진다.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모두 나의 적이다. 그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들의 매력을 알아볼 것만 같아서 나는 애가 탄다. 그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집 밖으로 나가는 인간이 훌륭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인간과 그런 인간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동경했었다. 그런데 문학의 세계에서는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밖으로 나갔다가 개죽음을 당하는 것, 심지어 그때 죽어서 애도의 대상이 되지도 못하고 평생 폐를 끼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며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 버리면 너무 체념적이지 않을까.